
반도체와 AI 기술을 설명하려다 보면, 설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너무 기초부터 가면 지루해지고, 너무 기술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가 어렵다. 그래서 이 글은 완벽한 정리보다는, 구조를 바라보는 감각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려 한다. 정확한 정의보다 “왜 이렇게 나뉘었는가”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GPU가 AI의 중심이 된 이유
처음 AI 연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을 때, GPU는 원래 목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GPU는 본래 그래픽 처리를 위해 설계된 반도체다. 동시에 많은 연산을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었고, 이 구조가 AI 연산과 잘 맞아떨어졌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GPU는 처음부터 AI를 위해 만들어진 존재는 아니었다.
AI 연산은 단순한 계산을 아주 많이 반복하는 구조를 가진다. GPU는 이 반복 작업을 병렬로 처리하는 데 유리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GPU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GPU는 AI 시대의 핵심 반도체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어느 정도 우연에 가까운 측면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GPU가 모든 AI 연산에 최적의 답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도 있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 소모와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부담이 크다. 이 지점에서 “다른 선택지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생겨났다.
NPU가 등장하게 된 배경
NPU는 이름부터가 AI를 전제로 한다. Neural Processing Unit이라는 명칭 자체가 신경망 연산에 최적화된 구조임을 드러낸다. GPU가 범용 병렬 연산 장치라면, NPU는 특정 연산 패턴에 맞게 설계된 반도체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범용성과 효율성 사이의 선택이다. NPU는 특정 AI 연산에서는 GPU보다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전력 소모가 줄어들고, 응답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모바일 기기나 에지 환경에서는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NPU 역시 만능은 아니다. 학습보다는 추론에 더 적합한 구조인 경우가 많고, 유연성은 GPU보다 떨어진다. 그래서 NPU를 바라볼 때도 “GPU를 대체한다”는 표현보다는 “역할을 나눈다”는 쪽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이 구분이 기술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다.
AI 가속기라는 애매한 범주
AI 가속기라는 용어는 조금 모호하다. GPU도 가속기이고, NPU도 가속기이며, 그 외에 FPGA나 ASIC 기반 칩도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래서 AI 가속기를 하나의 명확한 기술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AI 가속기를 “AI 연산의 병목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모든 하드웨어”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낫다고 느낀다. 이 정의는 다소 느슨하지만, 현실을 더 잘 반영한다. 기술은 명확한 선보다 흐릿한 경계 위에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I 가속기의 핵심은 성능 그 자체보다도, 시스템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있다. CPU, GPU, NPU가 함께 구성된 환경에서 가속기는 특정 연산을 맡아 전체 효율을 끌어올리는 조정자 역할을 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않으면, 개별 칩의 성능만 보고 판단하기 쉽다.
구조를 나눠보는 것이 왜 중요한가
GPU, NPU, AI 가속기를 구분해 보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용어를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구분은 AI 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힌트에 가깝다. 하나의 칩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구조에서, 역할이 분화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변화는 효율과 비용, 그리고 적용 환경의 다양화와 연결된다. 데이터센터, 모바일, 에지 환경은 서로 다른 요구를 가진다. 이 요구를 하나의 반도체로 모두 충족시키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구조는 나뉘고, 역할은 세분화된다.
물론 이 흐름이 항상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복잡성은 늘어나고, 개발 부담도 커진다. 그래서 기술 구조의 진화는 언제나 장점과 부담을 동시에 안고 간다.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반도체와 AI 기술 구조를 분석할 때, 너무 명확한 결론을 내리려 하면 오히려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GPU가 주도할지, NPU가 중심이 될지, 혹은 전혀 다른 구조가 등장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기술은 예상보다 빠르게 방향을 틀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일부러 애매함을 남겨두려 했다. 확실한 답보다, 구조를 바라보는 틀을 정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틀이 있으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도, 그것을 어디에 놓아야 할지 조금은 덜 혼란스러워진다.
결론
반도체와 AI 기술 구조는 GPU, NPU, AI 가속기라는 이름 아래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 복잡함은 혼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발전의 흔적이기도 하다. 각 구조는 서로를 대체하기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찾는 과정에 있는 듯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정답인가”보다는, “왜 이렇게 나뉘고 있는가”를 이해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기술은 언제나 애매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구조 역시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