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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관점 반도체와 AI

by Semi AI Brief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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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관점 반도체와 AI 관련 이미지

처음 AI 칩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미 늦은 거 아닌가?” 혹은 “이건 대기업들 싸움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시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미 글로벌 대기업과 거대 자본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분야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마음이 쉽게 위축된다.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시장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완전히 정리되지는 않는다. 분명 큰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동시에 그들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기술이 빠르게 변하면서 새로운 요구와 불편이 계속 생겨나는 느낌도 강하다. 이 지점에서 스타트업의 고민은 시작된다. 정말 기회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한 영역이 있는 것인지 말이다.

AI 칩 시장, 이미 끝난 게임처럼 보이는 이유

AI 칩 시장은 겉으로 보면 매우 단순해 보인다. 연산 성능, 전력 효율, 공정 기술 같은 키워드가 중심에 있고, 이 영역에서는 규모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본력 없는 스타트업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판단 자체는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시각이 시장을 너무 한 방향에서만 본다는 점이다. AI 칩이 반드시 범용 고성능 칩이어야만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칩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잘 해결하는 칩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 수요가 얼마나 크고 지속 가능한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최소한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여기서부터 생각이 조금 흔들린다. 시장이 크지 않다고 해서 기회가 없는 걸까, 아니면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스타트업에게 맞는 걸까. 이 질문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스타트업에게 보이는 현실적인 기회 요인

스타트업 관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기회는 ‘모든 것을 잘하는 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편을 줄여주는 칩’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 특정 산업, 특정 환경, 특정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AI 칩은 여전히 미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데이터센터가 아닌 에지 환경이나 특수 목적 장비에서는 다른 기준이 작동한다. 최고 성능보다 안정성, 비용, 전력 소비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 설루션이 과하거나, 오히려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이 틈새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장밋빛으로만 볼 수는 없다. 틈새는 작고, 시장 검증이 어렵다. 고객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기술적 난이도도 결코 낮지 않다. 그래서 이 영역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 된다. 어느 쪽이 더 클지는 결국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다.

진입 전략에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

AI 칩 시장에 진입하려는 스타트업이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가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왜 이걸 써야 하느냐”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기술 중심으로 사고하면 방향을 잃기 쉽다. 시장과 사용 환경을 먼저 정의하지 않으면, 칩은 곧 자기만족용 결과물이 되기 쉽다.

이 지점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판단을 망설인다. 명확한 고객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그렇다고 대기업이 이미 장악한 시장으로 들어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그래서 중간에서 머뭇거리게 된다. 이 머뭇거림 자체는 실패의 신호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상적인 고민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계에서 “완벽한 전략”을 세우려는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은 계속 바뀌고, 초기 가설은 대부분 수정된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 가능한 형태로 쪼개는 접근이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기업과 다른 길을 가야 하는 이유

스타트업이 AI 칩 시장에서 대기업과 같은 길을 가려는 순간,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자본, 인력, 시간 모든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다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혹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계속 바뀐다. 어떤 영역은 당장 기회처럼 보였다가, 갑자기 경쟁이 몰리기도 한다. 반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분야가 환경 변화로 인해 다시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이 변동성 자체가 스타트업에게는 부담이면서도 기회다.

스타트업 관점에서 반도체와 AI, 특히 AI 칩 시장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기회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확실한 길이 보인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시장이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문제를 선택하고, 어떤 불편을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이 글 역시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스타트업이 이 시장을 바라볼 때, 막연한 두려움 대신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확신이 아니라, 끝까지 고민을 이어가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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