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슷한 주제를 다룬 뉴스나 리포트는 이미 넘쳐납니다.
‘한국은 1등’, ‘대만은 제조 강국’, ‘일본은 부활 중’…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글들을 보고 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요즘 기술력보다 ‘방향감’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글은 누가 잘하나를 정리하려는 게 아니라,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제 고민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은 분명 시작됐습니다.
1. 한국 기술에 느낀 위기와 질문
늘 그렇듯, 한국의 기술력은 뉴스로 접하면 대단합니다.
“메모리 시장 1위 유지”, “HBM 세계 시장 점유율 압도”, “AI칩 자체 개발 본격화”…
이런 헤드라인을 보면, 왠지 우리가 ‘AI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런데 얼마 전, 국내외 몇몇 벤처 스타트업 발표를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이 멈췄습니다.
왜 우리는 여전히 “이 기술로 뭘 만들까?”보다 “이 기술이 얼마나 빠른가?”를 먼저 말할까?
저만 그렇게 느낀 걸까요.
기술력은 있는데, 이용자나 시장 중심 사고가 빠져 있다는 감각이 자꾸 듭니다.
단순히 엔지니어링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예를 들어 AI칩 자체 개발 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체 설계에 성공했는지가 아니라,
이걸 어디에 쓸지,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이건 그냥 좋은 기술이니까 만들어야 해”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실무자 입장에선 막연해집니다.
좋은 기술이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니까요.
2. 대만을 보며 헷갈린 판단
한편, 대만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가왔습니다.
TSMC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무언가 “길게 계획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처음엔 단순히 제조 강국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I 반도체의 미세 공정 적용 속도나
생산-설계 분업 체계는 단순한 전략이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남을까”보다 “어떻게 연결될까”를 먼저 생각한 구조처럼 보입니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대만 내 로컬 기업들도 점점 자체 알고리즘을 칩에 최적화하려는 시도를 한다는 점입니다.
이건 단순한 제조 수출이 아니라,
‘기술을 설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신호 아닐까요?
그래서 혼란스럽습니다.
한국은 기술은 앞서 있는데,
왜 대만은 기술보다 더 안정된 흐름을 만들어가는 느낌일까?
3. 일본의 조용한 회복 속도
솔직히 저는 일본 반도체에 대해 오랫동안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90년대 이후의 몰락, 산업 쇠퇴 이미지, 고립된 개발 문화…
그런데 최근 들어 ‘부활’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죠.
하지만 몇몇 자료를 보다 보니,
이 회복은 단순히 기술적 반등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다시 짜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깊이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고,
최근 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에지 컴퓨팅 중심의 특화 전략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게다가 그들은 기술을 설명할 때 예전보다 훨씬 “사용자 환경”을 이야기합니다.
이전엔 부품 단위의 성능만 강조했지만, 요즘엔 실제 AI 기기가 배치되는 장소,
그 안에서 어떤 알고리즘이 필요한지를 전제로 기술을 설계하려는 느낌입니다.
늦었지만 방향이 뚜렷하다.
그 점에서, 지금의 일본은 한국보다 명확한 기술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론: 아직 판단 못 하지만 멈추고 싶진 않은 글
누가 앞섰는지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애초에 “앞선다”는 표현 자체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국가별 기술 수준 비교가 아니라,
운영자인 제가 요즘 자주 멈추게 되는 지점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국은 기술이 뛰어나니까 괜찮다”
“대만은 제조만 하니까 따라잡을 수 있다”
“일본은 이미 한물갔다”
그런 생각이 이제는 너무 편한 프레임 같아서
오히려 그 틀을 벗어나 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이런 질문을 멈추지 않고 계속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음 글에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관점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 반도체 기술력은 지금도 진화 중이고,
그걸 지켜보는 제 관점도 함께 진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