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반도체와 AI를 이야기할 때면 늘 두 가지 이미지가 동시에 떠오른다. 하나는 빠른 추격과 거대한 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기술 격차다. 이 두 이미지 중 무엇이 더 실제에 가까운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 보인다.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룰 때마다 판단을 미루게 된다. 단순하게 정리하기엔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반도체와 AI에 집착하게 된 배경은 비교적 분명하다. 반도체는 이제 특정 산업의 부품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었고, AI가 확산될수록 그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핵심 기술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의 자급화 목표는 이상적인 선택이라기보다, 현실적인 대응에 가까워 보인다.
자급화 전략이 만든 속도와 그림자
다만 여기서부터 생각이 조금 복잡해진다. 자급화가 정말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돌아보면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지금의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경로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미 상당한 거리까지 와 있다. 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온 상황처럼 보인다.
중국의 반도체 전략은 국가 주도 성격이 강하다.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자본을 집중하며, 기업과 인재를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분명 속도를 만든다. 짧은 시간 안에 산업 규모가 커지고,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형성된다. 실제로 일부 영역에서는 예상보다 빠른 성과가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속도가 곧 완성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급화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그림자도 함께 생긴다. 중복 투자, 과열된 기대,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기업들 같은 문제다. 겉으로는 성장처럼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영역도 많다. 중국 내부에서도 “양을 키운 다음 질이 따라올 수 있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술 규제가 바꾼 선택지와 우회로
기술 규제 환경 역시 중국 전략을 이해하는 데 빼놓기 어렵다. 외부 제약이 강화되면서 선택지는 줄어들었고, 그만큼 방향은 더 명확해졌다. 예전처럼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은 결국 자체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과정은 분명 부담이다. 연구 일정은 길어지고 비용은 늘어난다. 반도체는 특히 장비와 공정 노하우가 결합된 산업이라,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의 선택은 단기 효율보다 장기 통제 가능성을 택한 결정처럼 보인다. 이 판단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처음보다 생각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진다. 기술 규제가 중국을 완전히 멈추게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규제가 전략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다.
AI 생태계가 주는 강점과 하드웨어의 숙제
AI 생태계로 시선을 옮기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중국의 AI 경쟁력은 시장 규모와 데이터 환경, 그리고 빠른 서비스 적용 속도에서 나온다. 실제로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경험은 분명 자산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생각이 갈라진다. AI 성과가 곧바로 반도체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연산 인프라와 하드웨어의 중요성은 커지고, 결국 반도체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연결 고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앞에서 말한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중국은 모든 영역에서 동시에 앞서기보다는, 일부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쌓고 그 경험을 확장하는 전략을 택한 듯 보인다. 이 방식이 전면전보다는 장기전에 가깝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결론
정리하려 했지만, 이 글을 통해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반도체와 AI 전략은 성공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안고 움직이고 있다. 어느 쪽이 더 크게 남을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은 판단보다는 관찰이 더 필요한 시점처럼 보인다.